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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車문화 여행③] 손에 잡히는 빈티지카, 문화의 장 '클라식슈타트'

기사입력 2016.08.31 14:16 / 기사수정 2016.08.31 17:58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프레스데이(언론 공개일) 마지막 날에 전시장 폐장을 몇 시간 앞두고 향한 곳은 '클라식슈타트(Klassikstadt)'였다. 출발 전에는 계획하지 않은 곳이지만, 유럽 여행 일정을 함께 한 황욱익 칼럼니스트가 적극 추천해 계획을 바꾸었다.

황 칼럼니스트는 2014년 출장길에 그곳에 우연히 들렀는데, 그 때 받은 인상이 워낙 깊이 남았다며 꽤 오래 전부터 여러 저널리스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올드카와 클래식카를 전시하고 거래하는 공간인데, 클래식카 애호가라면 분명히 전시된 차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라며 관심을 동하게 했다.


모터쇼가 열린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몰고 프랑크푸르트 시가지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30분 정도 달려 클라식슈타트에 도착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얕은 공장과 창고들 사이에 붉은 벽돌로 된 4층 건물로, 건물 가운데에 높이 솟은 굴뚝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앞에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에는 철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과거 열차가 드나들 정도로 규모가 큰 공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1910년에 세워진 건물은 벽돌 공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과거 공장이나 창고로 쓰이던 곳을 리모델링해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자동차를 테마로 한 공간이 흔치 않을 뿐이다.


올드카와 클래식카를 만날 생각으로 도착했지만, 비교적 새 모델인 맥라렌 650S가 전시된 건물 앞 유리 박스를 지나며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 중앙의 입구에 들어서며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대중적이면서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폭스바겐 비틀과 1930년대에 만들어진 롤스로이스 팬텀 II과 호르히 853 카브리올레가 입구 양쪽에 나란히 서서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층 한쪽에는 맥라렌,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등 요즘 인기 있는 스포츠카 브랜드의 딜러와 서비스 센터가 눈에 뜨인다. 그러나 ‘클래식카 도시’라는 이름이 말하듯, 나머지 대부분 공간은 클래식카와 올드카와 관련된 매장과 시설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에는 공업이 발전한 도시나 지역을 중심으로 올드카와 클래식카를 취급하는 단지가 여러 곳 있다고 한다.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중고 클래식카를 중심으로 매매 및 관리업체가 입점해 상설 전시와 상담을 한다. 그러나 모두 단순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클래식카를 테마로 하는 각종 취미 및 패션, 생활소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 모임을 위한 공간과 레스토랑 등이 있어 개인부터 단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클라식슈타트는 그런 성격의 공간으로는 프랑크푸르트 지역에 처음 생긴 것으로, 30개 이상의 딜러와 관리업체 등이 입점해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고차 매매단지인 만큼, 박물관과 달리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자유롭게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이 이런 곳의 매력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박물관보다 더 매력적이다. 대중적인 인기와 소장가치를 모두 지닌 차들을 볼 수 있고, 시세나 가치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어서다.


올드카와 클래식카는 대부분 2층과 3층에 전시되어 있고, 전시된 차는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다만, 차를 만지거나 내부를 보려면 업체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업체 매물이거나 소유주가 관리를 위해 맡겨놓은 개인 소유의 차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식선에서 기본적인 매너만 지킨다면 둘러보는 데 지장은 없다.


올드카와 클래식카 저변이 넓다는 것을 전시된 차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전시된 차들의 면면이 놀랍기도 했지만, 독일차가 많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명차들도 있지만 이태리 차들이 적지 않고, 1900년대 초반의 것으로 여겨지는 이름 모를 클래식카와 포드 모델 T, 1960년대에 나온 재규어와 란치아, 1970년대의 르노와 피아트 등 여러 나라 차들이 고루 섞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닷지 WC 트럭이나 퀴벨바겐 같은 차들까지도 매물로 나와 있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 차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카와 스포티한 승용차로 유명한 알파 로메오가 1950년대에 만든 소형 밴 T10이나 아우디에 흡수된 NSU가 피아트 설계를 바탕으로 만든 이태리풍 스포츠카 TS 1500 쿠페 등은 마니아도 잘 모를 차들이다.


그런 차들이 전시되어 있음은 물론, 납득할 수 있는 가격표가 붙어있다는 점도 신기하다. 웬만한 박물관이 무색할 수백 대의 차를 대충만 훑어보았는데도 이미 문 닫을 시간이 다 될 정도였다. 건물 밖으로 나올 때에는 이야기만 들었을 때와는 달리 가슴 속에 놀라움과 부러움 같은 감정들이 가득했다.


지난 몇 년 간 유럽 경기 침체로 시장이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독일 클래식카 시장의 규모는 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클라식슈타트를 돌아보며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한 줄기로서 클래식카의 역할과 의미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류청희의 車문화 여행①] 프롤로그, '역사를 만나러 유럽으로 떠나다'
[류청희의 車문화 여행②]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클래식카

글/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