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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車문화 여행①] 프롤로그, '역사를 만나러 유럽으로 떠나다'

기사입력 2016.08.16 19:50 / 기사수정 2016.08.16 20:06

전문 기자와 필자로서 자동차를 다룬 글을 쓴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다. 나름 색다른 직업을 갖고 일을 한 덕분에 해외 출장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물론 모두 자동차와 관련된 출장이었다. 그러나 출장을 가면 대개 짜여진 계획에 따라 정해진 일만 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좋은 경험을 하더라도 늘 아쉬움이 남는다. 글쟁이이기 전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니아여서다. 외국을 방문하면 누구나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듯, 자동차와 관련해 뭔가 조금이라도 더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물론 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찾아보면 색다른 자동차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외국, 특히 자동차 역사가 오랜 나라들은 자동차 문화가 우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넓다. 출장처럼 제한된 조건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경험을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한 이유다.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다. 다만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뒷받침될 것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에 훌쩍 떠난 유럽 여행의 의미가 개인적으로 컸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온전히 자동차에만 초점을 맞춰 떠난 해외여행으로는 십 수 년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10박 11일 동안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고, 세계적인 자동차 관련 이슈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사실 지난번 유럽 여행은 꽤 오래 전부터 구상했다. 해외 출장 때 갔던 독일 주요 자동차 회사 박물관들을 보며 받은 깊은 인상이 밑거름이 되었다. 잠깐이라도 둘러본 곳은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나중에 둘러본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과 클래식 센터, 잉골슈타트의 뮤지엄 모바일 등이다.

방문했던 곳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물론 자동차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 가운데에도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러나 가본 곳마다 자동차 회사가 과거를 대하는 자세와 역사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이 만든 자동차와 전시물을 보면서, 치열한 경쟁과 도전의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과거가 있기에, 그들이 어려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동차 업계의 거목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동차 역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면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자동차 회사 박물관은 자동차 역사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큰 회사에 흡수된 회사의 차들도 자동차 역사라는 나무를 키운 뿌리 중 하나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은 물론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박물관도 둘러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짬짬이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 끝에 우선 방문할 곳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떠난 것이 바로 지난해 가을이었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야 독자 여러분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게 된 것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모바일 인터넷 천국인 요즘 시대에 흘러간 옛 이야기를 하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염치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다.

지난 여행은 클래식카와 올드카를 만나러 떠난 길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깊어진다. 도구로서 소모되는 새 차와 달리, 과거의 차들에는 지나간 역사와 사람들의 생활이 녹아들어 의미를 갖는다. 그런 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차가 있고 미래의 차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직접 둘러본 지 1년이 지났어도, 그때 보았던 차들은 여전히 의미를 안은 채 역사 속에 살아 있다. 그래서 지난 여행은 개인적인 경험이면서 자동차 마니아들과 언제 나누어도 좋은 이야기 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 뻔뻔하게 느껴지더라도 이해를 바란다.

그리고 지난 번 여행이 아니라도, 클래식카와 올드카에 관한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꾸준히 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이어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가을의 여정 이야기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글/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